둘째 아이가 생긴 후로 장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버스 타면 유모차 때문에 사람들 눈치 보이고, 지하철은 계단 때문에 항상 전쟁이었거든요. 남편은 퇴근 후에 장을 봐주려고 했지만 그것도 자주 미루어지곤 했어요. 그러던 중 운전면허가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면허는 있었지만 대학 이후로 운전대를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10년은 된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가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했거든요. 안양에 사는데 자차로 근처 마트를 다니면 될 거 같았어요. 마침 남편이 '그냥 운전연수 받아봐' 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안양 자차운전연수 가격도 여러 곳 비교해봤어요. 작은 업체는 28만원, 큰 학원은 60만원까지 다양했습니다. 후기를 읽어보니까 자차운전연수가 마음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평소에 타는 우리 차에서 배워야 나중에 편하거든요.
10시간 기준으로 40만원대를 책정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평점이 좋은 곳을 선택했는데, 이곳이 방문 픽업도 해주고 유연하게 시간대를 조정해준다고 했어요. 내돈내산으로 결정했을 때 남편이 '화이팅' 이라고 응원해줬습니다. 결정하고 바로 전화했어요.

상담원이 꼼꼼하게 일정을 잡아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낸 후가 좋다고 했고, 선생님이 매일 오전 10시에 오기로 했어요. 총 4일에 걸쳐서 10시간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첫 날은 2시간 반, 둘째와 셋째 날은 3시간씩, 넷째 날은 시간 반 이렇게 구성했거든요.
1일차 아침에 선생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제 차는 2년 된 소형 세단인데 선생님이 먼저 운전해서 마트 주차장까지 이동했어요. 안양 근처 아파트 단지 내 연습장에서 기초를 배웠습니다. 선생님이 '면허 따고 얼마나 오셨어요?' 하셨을 때 저는 '10년입니다' 라고 대답했거든요.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괜찮습니다, 다시 배운다고 생각하면 돼요' 라고 안심시켜주셨습니다.
1일차는 정말 기초였습니다. 페달 위치 확인, 미러 조정, 신호 읽는 법, 기어 변속 순서... 다 한 번씩 확인했거든요. 그 다음에 실제로 안양 쪽 작은 도로로 나갔습니다. 동안로 위쪽 한가한 도로였어요. 처음엔 속도를 30킬로까지만 낼 수 있었는데 손가락이 긴장해서 핸들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어요. ㅋㅋ 선생님이 '손가락만 살짝 걸쳐도 됩니다' 라고 했습니다.
2일차에는 실제 마트에 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안양역 근처 대형마트로 목표를 잡았어요. 길을 나가기 전에 선생님이 '신호등에서는 노란불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초록불이 켜져도 맞은편을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라고 정확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실제로 나가니까 차가 많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마트 입구 앞에 도착해서 이번엔 지하주차장 진입 연습을 했습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경사길이 생각보다 가팠어요. 선생님이 '브레이크를 미리 잡아두고 천천히 내려가요, 휴대폰 불빛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라고 하셨습니다. 지하에 들어가니까 눈앞이 완전 어두워졌거든요. 처음엔 정말 무서웠는데 선생님이 옆에서 '조금만 더, 됐어요' 이러면서 응원해주셨어요.
지하주차장 빈 자리를 찾았을 때 후진 주차를 배웠습니다. 여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우리 차 크기를 인식하고 사이드미러로 양쪽 거리를 동시에 봐야 하거든요. 처음엔 한 번에 못 했는데 선생님이 '사이드미러에 흰 줄이 보이면 그때 핸들을 꺾으세요' 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네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어요. ㅠㅠ 정말 뿌듯했습니다.
3일차에는 더 복잡한 도로를 다녔습니다. 신호등이 많은 도로, 버스 정류소가 있는 도로, 차선이 복잡한 도로... 다 다녀봤어요. 특히 차선변경이 어려웠습니다.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미러를 보고 시야 각도를 확인하고... 동시에 여러 개를 신경 써야 하거든요. 선생님이 '서두르지 마세요, 아무리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라고 계속 안심시켜주셨습니다.
그 날 오후에는 안양 근처 마트 주차장에서 다시 주차 연습을 했어요. 이번엔 횡주차도 배웠거든요. 햇빛 아래에서 연습하니까 지하주차장보다 훨씬 나았어요. 사이드미러도 더 잘 보이고, 차선도 보이고. 선생님이 '매일 이렇게 다르니까 실전에서도 상황에 따라 적응하셔야 합니다' 라고 했어요.

4일차 마지막 날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운전해서 우리 집 근처 마트까지 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신호 건너고, 차선변경하고, 우회전하고, 지하주차장도 들어가고, 후진 주차도 하고... 다 한 번에 했거든요. 선생님이 한 번만 '조금 오른쪽으로' 이렇게 한두 번 말씀하신 것 빼고는 거의 안 하셨습니다. 마지막 주차 성공했을 때 선생님이 '축하합니다, 이제 충분히 준비되셨습니다' 라고 하셨어요.
비용은 총 40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많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건 정말 가성비 좋은 투자였어요. 왜냐하면 이제부터 내가 장 보면서 남편이 일하는 시간에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교육할 수 있거든요. 마트에서 선택하는 법, 계산하는 법... 아이들도 함께 배울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연수 끝난 후 처음으로 혼자 마트를 갔습니다. 신호 하나 하나에 긴장했지만 15분 만에 도착했어요. 예전엔 버스로 45분이 걸렸거든요. 주차장에서도 깜빡이 켜고 사이드미러 보면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선생님 목소리가 자꾸만 떠올랐어요. '조금 더,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
이제 마트 가는 것도 편하고, 아이들 병원도 혼자 데려갈 수 있고, 주말에 남편이랑 드라이브도 다니고 있습니다. 안양 근처 카페도 가보고, 공원도 가보고... 세상이 넓어진 기분이 들어요. 내돈내산 40만원의 투자가 우리 가족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꿀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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